이나영 작가의 작업은 80-90년대 어린 시절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을 보며 시작한 드로잉은 자연스럽게 콜라주, 페인팅으로 이어졌고, 사진 속 인물들은 자신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 감정에 따른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 간다. 작가의 대표작 <과일나무숲> 연작은 장지에 동양화 물감을 이용하여 어릴 적 기억, 감정, 상상에서 착안한 장면들을 그린 작업들로, 연약하지만 유연하고 생기 넘치는 아이들이 거대한 과일 숲 안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일나무로 채워진 작품은 관람자로부터 화면 너머의 가려진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 내며, 더불어 열매 위에 다양한 생명을 배치하여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조화로움을 담아낸다. 이나영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 세상은 크고 넓은 거대한 세계로 여겼던 본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연 속에서 뛰놀며 느꼈던 작은 행복들을 다시 풀어내고, 나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