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설치, 평면을 넘나드는 정득용의 작품 키워드는 그의 평면 작품 시리즈와 동명인 'Contatto(만남)'이다. 정득용 작가에게 ‘만남’이란 작품의 주제를 넘어, 창작 과정 전반을 관통한다. 작가는 이탈리아의 벼룩시장이나 앤티크 상점에서 우연히 발견한(만남) 고대 로마풍의 조각이나 기성품을 선택해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러한 방식은 1960~7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전개된 아르테 포베라 운동과 맞닿아 있다. 당시 작가들이 일상의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조형 언어를 실험했던 것처럼, 정득용 역시 우연히 발견한 오브제를 변형시켜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잇는 작업을 전개한다. 이름모를 장인들이 만들어낸 서양의 조각, 기술과 정득용이라는 동양의 작가의 사상과 철학이 만나면서, 그의 작품은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