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남성 중심 미술사에서 아시아인, 여자라는 소수자의 위치는 조세랑 작가를 늘 경계에 자리하게끔 했다. 세상의 파편들을 수집해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풍경을 중첩해 수묵 채색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작업은 구상과 비구상을 오고 간다. 파편들은 실제 풍경의 한 조각이기도 하지만, 그 풍경에서 연상되는 작가 내면의 일부분이기도 하고, 그 일부분이 확장되어 또 다른 조각을 이어 나가기도 한다. 따라서 작가의 작업은 경계에서 파생되는 작가 자신의 불안과 의심에서 출발했지만 작가가 흡수해서 그려낸 나(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업실을 오가던 중 마주친 무덤들을 보며 작가는 타인을 생각하며 꽃을 놓아두는 마음으로 한 송이씩 꽃을 그려 나갔다고 한다. <여여_화화> 시리즈의 꽃은 타인을 생각하고 보살피는 마음이다. 관객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삶의 복잡성과 고정불변함 속에서 저마다의 파편과 꽃의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